[페르소나4/요스소우 ] 노을녘의 효기심



단편 페르소나4 패러디
: 노을녘의 호기심


주인공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든, 주인공의 어른스러움을 살려보고 싶었는데..
허허허허허. 요스케의 바보스러움만 열심히 살린 듯.ㅋㅋㅋㅋ


 

  노을이 비치는 창가 아래 앉아있었다. 아니, 누워있다고 해야 할까. 벽에 기대져있던 허리께는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와 있었다. 색색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작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하기만 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이었다. 왠지 특별한 걸 본 것 같아, 입술 사이로 베어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장대회를 끝마친 후,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그가 갈만한 곳을 다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거의 포기할 때쯤 아무도 없는 교실이 눈에 뛰었다. ‘우리 교실도 아닌데, 설마 이런 곳에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현재 그의 상태를 말하자면 가관이었다. 머리에 쓰고 있는 기다란 회색 가발은 벗겨질 듯 말 듯 얹어 있었고, 그의 옆에는 방금 전까지 신고 있었던 검은 스타킹이 벗겨져 있었다. 분명, 잘 때 갑갑해서 벗어놓았으리라. 치마를 입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건지, 그는 다리를 쫙 벌린 채 숙면 중이었다. 이렇게 보면 그도 참 강심장이었다. 누가 오든 말든, 다리가 보이든 말든, 이런 곳에서 다리를 브이자로 벌리고 자고 있으니까 밀이다. 남자애니까 상관이 없다지만, 일단 지금은 여자의 복장을 하고 있지 않나.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소우지.”
 
  이름을 불러봤지만,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굳게 담긴 두 눈을 바라보았다. 회색 눈썹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의 회색 머리카락이 너무 신기했다. 계속 바라보는 것이 실례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땔 수 없었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머리카락이 얇은 실 같기도 했고, 안개 같기도 했다. 참지 못하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신기하다. 색깔.’

  소우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무엇이 신기한지 알 수 없다는 눈치였다. 내가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제 서야 소우지는 알겠다는 듯 작게 웃었다.

‘너도 신기해.’
 
  내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소우지는 말했다. 솔직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짜고짜 외모가 신기하다고 하다니,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우지는 유연하게 상황을 넘겼다.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그가 가진 외모적 특이함을 평범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 같은 남자로서 멋있어 보였다.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태도나, 말투가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이 녀석은 나보다 훨씬 성숙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때의 일을 들은 치에가 바로 박장대소를 했었지만 말이다. 그것가지고 성숙해 보이면 너는 얼마나 어린 거냐고 말하면서.
  자고 있는 소우지 옆에 가 앉았다. 인상 깊었던 첫 인상을 만들어 준 회색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스타킹을 벗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의 선만 보면 여자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 가늘고 매끈하게 뻗은 다리였다. 그러나 듬성듬성 나있는 회색 다리털들이 그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털들이 지금 떠올린 생각에 항의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딱 한 번 소우지의 머리를 만진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깜짝 놀랐었다. 다리털도 그럴까. 변태 같은 생각이었지만, 호기심이 났다. 나는 자고 있는 소우지의 눈치를 보며, 쓱 손을 뻗었다. 잠깐 만지는 건데 괜찮겠지.
  손가락 사이로 소우지의 다리털들이 느껴졌다. 부드럽지는 않았다. 도리어 까슬까슬했다. 남자의 다리를 만지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웃기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정말 변태 같네. 키득거리며 소우지의 다리에서 손을 때려는 순간.

“너 뭐하냐?”

  귀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눈을 천천히 깜박이고 있는 소우지가 보였다. 당황한 나머지 소우지의 다리에 손을 올려둔 채로 몸이 굳어버렸다.

“요스케?”

  꿀꺽 침을 삼켰다. 몇 번이고 든 생각이었지만, 이건 변태 같은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손을 댔었던 것은 호기심이 일었으니까. 호기심이 여럿 죽인다고? 하지만 호기심은 중요하다! 제길, 그 중요한 호기심이 난감한 상황을 만들었다.
  어떻게 대답을 할까 고심하던 차에 소우지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요스케?”
“추울까봐!”

  생각해 낸 변명이 이것이었다. 나는 얼른 다리에서 손을 떼어냈다. 벌떡 일어서서 밀려오는 자괴감을 참기 위해 푹 고개를 숙였다. 그놈의 호기심! 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그 때 쓰윽 내 바지 안으로 들어와 다리를 만지는 소우지의 손이 느껴졌다.

“키야아악!”
“풉, 푸하하하 비명소리가 왜 그래!!”

  기겁하며 나는 소우지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져나갔다. 다리에 스친 소우지의 손의 감촉이 남는 것 같아 한쪽 다리를 꽉 잡았다. 내 모습이 웃겼는지, 소우지의 웃음은 그치질 않았다. 손으로 날 가리키며 소우지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소우지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내 얼굴은 새빨개졌다.

“뭐, 뭐한 거야?”

  달달달 이빨이 부딪칠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복수.”

  소우지는 손을 들어 말했다.
  그래, 복수겠지. 내가 먼저 만졌으니까. 다시 만졌다는 건 복수라는 거겠지. 그런 거라는 건 알겠는데.

“왜 한 거야?”

  내 질문에 소우지는 목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는 스스로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복수’라는 단어가 대답으로 들리지 않았다. 대답이 될 수 없었다.
  만졌다는 행동 자체는 복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복수를 한 이유였다. 어쩌면 내가 과민반응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남자의 다리를 쓰다듬는 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복수로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물론, 그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내가 먼저 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놈의 호기심. 정말로 그놈의 호기심!

“너는 왜 한 거야?”

  바로 돌아온 질문에 입이 딱 다물어졌다.
  머리털도 다리털처럼 부드러운지 확인하고 싶어서? 까슬까슬한 감촉이 좋아서? 뭐가 됐든, 다 변태다! 결론은 변태다! 대답할 수 없었다.
  어버버, 입만 벙긋 거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우지는 씨익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느라 약간 올려 진 치마를 정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치마 사이로 살짝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에 어느새 침이 꿀꺽 삼켜졌다.
  잠깐 머리의 사고가 멈췄다. 방금, 내가 침을 왜 삼켰지? 뭘 보고 삼켰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소우지는 벗어서 옆에 두었던 검은 스타킹을 손에 들었다. 발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검은 스타킹이 매끈한 소우지의 다리를 타고 허벅지로 올라갔다.

“그만!”

  크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바닥에 파묻었다. 뭐지? 별 거 한 건 없는데. 그냥 스타킹을 신을 뿐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러지? 다리를 만졌기 때문인가? 내가 변태라는 걸 알아서인가? 그놈의 호기심. 호기심!
  주위가 조용했다. 소우지가 서서 그냥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날 무시한 채 마저 스타킹을 신고 있을까. 다시 내 안에 있는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어쩔 수 없다. 호기심과 함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소리 없는 비명이 이런 것일까.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눈 앞 가득 채운 소우지의 얼굴이었다. 소우지는 얼굴을 내게 들이밀고 있었다.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과 비슷한 표정이 될 것만 같았다.

“뭐, 뭐.”
“요스케. 오늘 왜 그럴까. 내가 여장하니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야?”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듬직하십니다. 여성스럽고 가늘다는 느낌보다는, 듬직한 누나라는 느낌이 더 강하신데요. 내가 그런 취향이었던 건가? 기댈 수 있는 듬직한 연상취향? 아, 그래. 내가 연상 좋아한다는 건 알겠는데.

“요스케?”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잡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어쩔 줄 모른다. 입이 서서히 열린다. 아, 이젠 몰라.

“나 변탠가 봐.”

  아무 대답 없이 소우지는 내 얼굴을 바라봤다. 갑자기 풉, 하는 소리와 함께 소우지의 얼굴에 웃음기가 흘렀다. 크게 터지는 소우지의 웃음소리에 내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왔다.

“뭐야, 다리 한 번 만지면 변태 되는 거야? 그럼 나는?”
“너야 복수라고 했는데.”
“요스케, 생각보다 예민한 구석이 있었구나? 이렇게 당황하고.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래. 돌아가자. 다른 애들이 찾겠다.”

  빙그시 웃으며 소우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우지의 시선이 확 높아졌다. 그에 따라 나는 고개를 더 치켜 들 수밖에 없었다. 여유 만만한 소우지. 그래서 어른스러운 소우지. 아, 한 번이라도 소우지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나처럼 당황하고 놀라는 표정이 보고 싶었다. 또 호기심이 일어났다.
  소우지는 다 입지 못한 스타킹을 집어 들었다. 입지 않을 작정인 듯 했다. 호기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높아진 시선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아, 안 될 것만 같다. 어쨌든, 이제는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소우지는 당황할까?
  손을 뻗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이미 변태라고 찍혔는데, 뭘 걱정하겠는가. 뻗은 손끝으로 소우지의 살결이 느껴졌다. 이젠 될 대로 되라! 손가락으로 소우지의 다리를 아래에서부터 쓸어 올렸다.

“악!!”

  어라?
 내가 질렀던 비명과는 전혀 다른 단발마를 지르며 소우지는 푹 주저앉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소우지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당황했다. 저 얼굴은 분명 당황한 얼굴이다.

“요스케. 너.”

  살짝 떨리는 입을 다물고 소우지는 눈썹을 치켜떴다. 사실 처음부터 소우지는 내가 다리 만진 것에 당황했었던 거다. 단지, 내가 민망해 할까봐 넘어갔던 거고. 이 얼마나 어른스러운 행동인가. 숨겼던 거였다.

“풉, 푸하하하하하하!”

  내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소우지의 얼굴은 아까 전의 나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야!!”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가끔 호기심에 따라 무작정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색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으니까.

“푸하하하하!!”
“요스케. 제발 그만 웃어.”

  어쩔 줄 몰라 하며 소우지는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가끔, 이런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호기심은 중요하다. 



 

by Europa | 2011/07/08 01:25 | 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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